민물낚시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위해 경남, 경북권에 있는 민물 낚시터를 뒤졌다. 많은 저수지들이 유료화되거나 없어지면서 아버지가 늘 가던 곳이 없어졌다. 우리는 경남 권에 살고 있기 때문에 바다낚시할 곳은 많아도 민물낚시할 곳은 많지 않다. 아버지 혼자서는 아무 데나 가서 해도 되지만 야생에서 낚시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자식들을 데려가려면 쾌적한 환경을 갖춘 낚시터를 찾아야만 한다.
내가 찾던 조건은 대충 아래와 같았다.
1. 낚시터가 통영에서 가까운가?
2. 방갈로가 있는가?
3. 방갈로 안에 에어컨이 있는가?
4. 화장실이 깨끗한가?
5. 물고기가 잘 잡히는가?
6. 물고기 잡다가 심심하면 주변에 놀 게 있는가?
7. 손맛터인가 or 가져갈 수 있는가?
7. 입어료는 얼마인가?
위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낚시터는 경남 권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경남에는 민물 낚시터 자체가 많지 않다. 대구나 경북까지는 올라가야 한다. 처음에는 근처에서 물놀이를 하고 저녁에 낚시를 할 수 있는 데를 찾아봤지만 두 가지 조건을 다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매우 피곤할 일정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서 찾은 곳은 경북 칠곡에 도속지 낚시터!
한 여름에 낚시를 간다고 질색팔색 한 탓에 에어컨 달린 방갈로 낚시터를 예약하기로 했다. 검색해서 도속지 낚시터 사장님 번호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주말이고 휴가기간이라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미리 예약을 하고 돈을 입금했다. 그렇게 빗속을 뚫고 2시간 반을 달려서 낚시터에 도착했다.
경북 칠곡 도속지 낚시터
주소: 경상북도 칠곡군 북삼읍 오평리 1464-1
사장님 번호: 010-6661-9332
입어료: 15,000원
방갈로: 비수기/평일 10만 원, 비수기/주말 12만 원
이용시간: 오후 1시~다음날 오전 10시
낚시터로 가는 길은 그렇게 산골짜기 안 쪽은 아니다. 가는 길에 곳곳에 집들이 있다. 주차공간도 넉넉하다. 비어있는 곳에 데면 되는데 우리는 사장님이 오셔서 안내해주셨다.
도착하면 입구에서부터 강아지들이 반긴다. 엄마 개도 너무 착하고 아기 강아지들도 똥꼬 발랄하다. 엄마가 보이는 반경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애기들이 더 있었다는데 다른 곳으로 입양 갔다고 한다. 나는 고양이 집사지만 고양이를 예뻐하는 만큼 개도 사랑한다. 낚시터에 강아지가 있다는 거 자체가 너무 기뻤다.
사실 목줄에 묵여 있는 어미 개는 불쌍하다. 어미 개가 출산한 강아지만 30마리가량을 봤다고 하시는 걸로 봐서는 6마리씩만 낳아도 5회는 출산을 했다는 뜻이다. 그 정도로 출산을 많이 하면 개들도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진다.
게다가 묵여 있는 채로 산책도 제대로 안 해주시는 거 같다. 평생 반경 1미터 내에서 새끼만 낳다가 살아가는 건 사실 학대에 가깝다. 어미 개의 운명이 너무 기구하고 안타깝다. 시골에 계신 분들의 인식이 하루빨리 바뀌었으면 좋겠다.
우리 방은 8번! 가서 보니 8번 방이 마지막 방이었다. 마지막 방을 운 좋게 예약했나 보다. 조금 걸어 들어가야 되지만 그렇게까지 많이 안쪽은 아니다. 감수할만하다. 그러나 여전히 1~4번 방들이 화장실 다니기 편하기는 했겠다 싶다.
방갈로는 육지랑 연결되어 있어서 배를 타고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고립되지 않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큰 장점이었다.
이 날은 오는 길에 앞이 안 보이는 폭우가 쏟아졌다. 비가 내린 탓에 날씨가 평소보다 선선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 반쯤이었는데 이미 다른 방갈로는 일찍부터 와서 낚시 중이었다.
방갈로 내부는 생각한 거보다 더 깔끔했다. 새로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건지 관리가 정말 잘 되어 있었다. 에어컨, 선풍기, 옷걸이, 환풍기, 냉장고, TV, 이불, 교자상 등 필요한 물건이 잘 구비되어 있었다. 또한, 안전을 위한 규칙 사항 및 비상 연락망, 손전등도 야무지게 부착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건 데크였다. 데크가 크고 깔끔했다. 많은 짐들을 놓고도 공간이 여유가 있었다. 아쉬웠던 건 전등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쪽 면에는 물에 빠졌을 시 사용할 수 있는 튜브, 구명조끼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물고기를 잡으면 뜰 수 있는 뜰채도 걸려있다. 방갈로마다 문이 있어서 정말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쓸 수 있다.
사진은 없지만 나중에 데크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라면도 끓여먹고 놀았다. 방 안에서는 취사가 불가하다. 데크가 충분히 쾌적하기 때문에 데크에서 캠핑 기분을 내면 된다.
도속지 낚시터의 또 다른 장점은 화장실인 거 같다. 필자가 여자라 어딜 가든 화장실이 제일 신경 쓰이는데 이곳은 푸세식 화장실도 아니고 포세식 화장실도 아니고 우리가 아는 가정집의 그 화장실이다. 냄새도 안 나고 휴지도 잘 구비되어 있다. 심지어 샤워기도 있다. 이것이 내가 도속지 낚시터를 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낚싯대를 펴는 동안 어마 무시하게 큰 잉어들이 데크 앞에 모여든다. 얘네들은 사람을 알아보는 듯하다. 사람들이 낚시가 끝난 후 버리는 떡밥을 얻어먹을 수 있다는 걸 알고 모여드는 거 같다. 눈앞에 너무 잘 보이니까 언뜻 생각에 손으로 잡을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물론 절대 안 잡힌다. 너무 커서 징그러울 정도다.
입질이 잦기 때문에 낚싯대는 많이 펴지 않았다. 아빠는 2개, 필자 1개, 동생 1개. 누구 하나 잡히면 옆사람은 뜰채질 하기 바빠서 낚싯대가 더 많이 필요가 없었다.
앉아 있으니까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비 오는 날에 고요히 방갈로 위에 앉아 낚시라니. 낭만이 따로 없었다. 아버지가 민물낚시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한다. 고요함과 기다림이 머리를 비워준다고 하셨다.
멀리 구름이 산 위에 내려앉았다. 산신령이 나올 거 같은 비주얼이다. 예뻤다. 그때 그 감성 담아 사진을 찍었으나 사진으로 보이지가 않아서 아쉽다.
저녁이 되니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서 시원하다. 신기하게도 여기에는 모기가 없다. 날파리들도 없다. 너무나 도시적으로 자란 나에게 날파리와 모기는 너무나 큰 적이었는데 이 정도로 산뜻하니 낚시할 만하다. 평화롭게 낚시에 집중할 수 있었다.
끝으로 소감
물고기는 정말 잘 잡힌다. 던져놓으면 5분 내에 입질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손맛도 있다. 잉어들만 있는 것인지 작은 애들이라고 해도 꽤 힘이 세다. 여자들은 물고기들 힘을 빼기까지 고생을 좀 한다. 너무 큰 아이들이 잡힐 때는 뜰채가 필수이다. 바보 같은 일이지만 데크 앞에 모여있는 물고기들도 잡을 수 있긴 하다. 어항에 낚싯대 넣듯 코 앞에 낚싯대를 내려놓으면 진짜로 문다. 호기심에 한 번 해봤다. 그런데 후회했다. 너무 커서 들어 올리기도 힘들고 바늘 빼기도 힘들다. 그런 짓은 하지 않는 걸로...
오랜만에 아주 만족스러운 낚시를 하고 왔다. 시설도 깨끗하고 벌레도 별로 없고 강아지도 있고 사장님도 친절했다. 여자들도 따라나서기 괜찮았던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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